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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편지

(504) 무엇이 하나님의 사람 다운 반응이며 선택일까요?

석정일 0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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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이렇게 되어 더 좋은 점이 정말 있을까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희 부부는 이번 목세를 섬기기 위해 지난 금요일(10/23) 밤, 호주·뉴질랜드 일정을 마무리하고 귀국했습니다. 조금 무리가 되더라도 주일 오후에 출발해 산청에 모신 장모님을 뵙고 오고 싶은 마음이 들었으나, 산청에서 잘 지내고 계신 것을 확인한 데다 월요일에 아내의 추적검사 일정이 잡혀 있고 수요일부터는 목세가 시작되기 때문에, 목세를 마치고 내려가는 것이 더 좋겠다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수요일 목세가 시작되고 이경준 목사님께서 첫 강의를 하고 계시던 중에 장모님께서 침대에서 떨어져 크게 다치셨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저희 집에서 민박하시는 참가자님들도 계셨기 때문에 아내만 급히 KTX로 산청에 다녀오고, 저는 목세에 집중하는 것으로 아내와 합의하여 방향을 잡았습니다.

 

하지만 제 마음이 계속 불편했습니다. 저의 강의 순서는 얼마든지 이경준 목사님께서 커버해 주실 수 있다는 생각과 함께, 민박 목사님들께는 조금 죄송하기는 하지만 목장탐방으로 섬겨주실 김성구 목자님께 저희 집 비밀번호만 알려드리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급히 서둘러 아내에게 연락하고, 함께 자동차를 타고 산청으로 향했습니다. 장모님께서는 점심식사까지 즐겁게 마치시고 잠시 낮잠을 주무시기 위해 침대에 누우셨는데, CCTV를 확인해 보니 침대에서 일어나 침대 위에서 커튼을 만지시다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지시며 뒤통수를 크게 다치셨다고 합니다.

 

적지 않은 비용이 들지만 앰뷸런스로 서울에 있는 병원에 전원을 시도했습니다. 그러나 선뜻 전원을 받아주는 병원을 쉽게 찾지 못하고 있던 중, 내려가는 길에 2차 CT 촬영 결과를 전해 들었습니다. 의식도 있으시고 사람도 알아보시며, 마비도 없고 자꾸 토하려 하시던 증상도 잦아들었을 뿐만 아니라 출혈도 줄어들고 있어 추이를 조금 더 지켜보아도 좋겠다는 희망적인 소식이었습니다.

 

그래서 서울 병원으로의 전원 시도를 중단하고 내려가서 상황을 직접 확인한 후에 결정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병원 의사 선생님으로부터 직접 연락이 왔습니다.

 

3차 CT를 찍었는데 출혈이 더 늘었고, 그 사이 의식도 잃으신 데다 우측으로 마비도 진행되고 있어 급히 수술하지 않으면 천국에 가실 수도 있는 상황이니 수술 여부를 결정해 달라는 연락이었습니다. 의사 선생님 본인의 부모님이시면 어떻게 하시겠느냐고 여쭈었더니, 본인도 결정하기가 쉽지 않겠지만 수술을 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고 하셨습니다.

 

수술을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 물었더니 저희가 도착하기 전에 천국에 가실 수도 있다 하셨고, 수술을 하게 되면 어떻게 되느냐 다시 물었더니 생명은 연장할 수 있겠지만, 생명 연장 외에 큰 의미는 없을 수 있다는 답을 들었습니다.

 

자식으로서 정말 선택하기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을 아내 혼자 통과하게 하지 않고, 같이 산청으로 내려올 마음을 주셔서 함께할 수 있게 해주신 것에 감사했습니다.

 

아내와 그리고 전화로 처제와 함께 대화를 나누며, 늘 천국을 사모하셨고 또 건강하실 때 연명치료를 받지 않겠다고 결정하시며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직접 방문해 서명하셨던 장모님의 뜻을 존중해 드리는 것이 더 낫겠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무엇보다 저희와 함께 지내시던 중에 청력 회복을 위한 귀 수술도 하셨고, 몇 차례 입원하여 병원 치료를 받으셨는데 그때의 고통을 너무나 괴로워하셨던 것을 다시 반복하게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을 했습니다. 저도 아내도 우리 자신이 이런 상황에 처했을 때 수술을 통한 생명 연장을 서로에게 시도하지 않기를, 하나님께서 하실 일을 기대하며 천국의 소망 가운데 보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서로 확인하는 시간이 되기도 했습니다.

 

수술을 받지 않는 것으로 결정해 병원에 연락을 드렸고, 병원에 도착한 후에는 의식이 없으신 장모님과 함께 짧은 예배의 시간을 가진 뒤 서울의 병원으로 전원해 주실 것을 요청했습니다. 수술을 받지 않고 치료하려는 환자를 받아주겠다는 병원을 찾기가 쉽지 않아 어렵게 어렵게 대림역 근처에 있는 명지성모병원 중환자실로 모셔왔습니다. CT상으로는 천국 가셨을 상황인데, 지난 금요일에는 하품을 하기까지 하셔서 하나님의 특별한 기적을 베풀어 주시는 것은 아닌가? 목세가 끝날 때까지 은혜를 베풀어 주시는 것인가? 감사하는 마음으로 추이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이런 일이 없었더라면 저희 부부는 내일부터 산청으로 내려가 장모님을 모시고 여기저기 여행을 하며 좋은 시간을 보낼 예정이었는데, 현실은 병원을 오가며 의식이 없으신 장모님과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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