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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6) 경남 산청의 요양원을 다녀왔습니다.

석정일 0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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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와 여러분의 인생은 이와 다를 수 있을까요?

저희 부부가 미국에서 자녀들과 함께 지내면서 가장 마음이 쓰였던 분은, 그동안 따로 지내셔야 했던 장모님이셨습니다. 안식년을 계획하며 요양원에 모시는 것과 처제 집에서 모시는 방안도 함께 고려해 보았습니다. 그러나 지난 10년 가까이 생활하신 저희 집이 가장 익숙한 환경이기에 최선이겠다는 결론을 내렸고, 대신 처제가 하루에 한 번씩 방문해 필요를 챙겨 드리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장모님은 보청기를 사용해도 소용이 없을 만큼 귀가 완전히 들리지 않으시는 데다, 치매까지 진행되고 있어서 데이케어나 일반 시설에 모시기 힘든 형편입니다. 그래도 하루에 12시간 이상을 주무시고, 깨어 계실 때도 집 밖으로는 거의 나가려 하지 않으시며 집 안에서 혼자서 이것저것 하시며 잘 지내시기에, 시설에 모시는 대신 요양사님이 하루 6시간씩 와 계시고, 혼자 계시는 시간에는 중문을 잠근 뒤 곳곳에 설치해 둔 CCTV를 통해 안전을 확인하며 지내시도록 한 것입니다.

감사하게도 장모님은 지난 반년이 넘는 시간 동안 건강하고 안전하게 잘 지내주셨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저희가 3개월 만에 귀국했을 때, 안타깝게도 장모님은 치매가 조금 더 진행되어 저희가 미국에 다녀왔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셨습니다. 그저 늘 함께 살고 있었던 것처럼 대하셔서 한편으로 감사하고 한편으로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런데 최근 처제에게 암이 발병하여 더 이상 장모님을 챙겨드릴 수 없는 상황이 되었고, 저희 역시 연말까지 변경하기 어려운 일정들이 겹치면서 결국 시설로 모실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여러 시설을 살펴보던 중, 장모님과 오랫동안 함께 신앙생활을 하셨던 여목사님께서 운영하시는 경남 산청의 요양원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는 거리가 너무 멀어 찾아뵙기 어렵다는 이유로 고려 대상에서 아예 제외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처제도 저희도 챙겨드리기 힘든 상황이 되자, '현장이라도 한 번 확인해 보자'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장모님을 모시고 여행 삼아 산청에 다녀왔고, 내친김에 장모님께서 오랫동안 섬기셨던 부산 영도의 교회까지 방문하고 돌아왔습니다.

오랫동안 집 안에만 계셔서 답답하셨던지, 차로 이동하는 내내 창밖을 바라보시며 좋아하셨고 연신 고맙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토록 열심히 섬기셨던 부산 영도의 교회를 찾았을 때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으셨습니다. 예배당이 재건축되면서 옛 추억의 흔적이 다 사라져버렸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반면 놀랍게도, 산청 요양원의 원장 목사님은 한눈에 알아보셨습니다. 목사님께서는 장모님의 가정사를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시기에, 옛 기억을 끌어내 주시며 필담을 섞어 대화의 웃음꽃을 피워주셨습니다. 게다가 자연환경이 아주 훌륭하고 모시는 어르신들도 많지 않은 데다, 원장 목사님께서 요양원에 거주하고 계셔서 장모님께는 더할 나위 없이 최상의 환경이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조만간 장모님을 산청으로 모실 계획입니다. 바라기는 연말까지 산청에서 지내시는 동안 오히려 건강이 회복되어, 저희의 안식년 일정이 모두 끝난 뒤에는 다시 모시고 올라와 더 오랫동안 함께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부모님을 시설에 모시는 것은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닙니다. 하지만 시기의 차이일 뿐 피할 수 없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저 자신의 미래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그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마음의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석목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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