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목사가 전하는 목회편지
홈 > 말씀과훈련 > 목회편지
목회편지

(495) 남바 포(No.4)

석정일 0 11

56343777cd90152c33ff73aa59fcabfd_1787756634_843.jpg
56343777cd90152c33ff73aa59fcabfd_1787756638_1078.jpg
56343777cd90152c33ff73aa59fcabfd_1787756644_8891.jpg
56343777cd90152c33ff73aa59fcabfd_1787756651_5719.jpg
이 소중한 시기를 놓치지 않고 누릴 수 있어 감사할 따름입니다
.


저희 부부는 지난 화요일 새벽, 안전하고 건강하게 잘 도착했습니다. 한국의 새벽 시간은 미국에서는 대낮이라 즐거운 마음으로 새벽예배에 참석하고 있습니다. 수요 낮 예배를 통해 다운 가족 여러분을 다시 만나니, 마치 고향에 온 듯한 따뜻함이 느껴져 마음 깊이 감사했습니다.

 

저에게 시온영락교회가 고향처럼 편안하고 따뜻한 곳인데, 3개월 만에 돌아온 다운교회에서도 똑같은 편안함과 온기를 느낄 수 있으니 '내가 참 복이 많은 사람이구나' 하는 감사가 밀려옵니다.

 

귀국하기 얼마 전, 손녀딸 로희를 저 혼자 잠시 돌봐야 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때 로희에게 물었습니다. “로희야, 로희는 세상에서 누가 제일 좋아?” “할아버지!” 하고 대답하는데, 얼마나 우스웠는지 모릅니다.

 

사실 로희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사람은 단연 아빠입니다. 엄마가 변호사 일로 너무 바쁘다 보니 아무래도 아빠와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아 그런 것 같습니다. 2위와 3위는 엄마와 할머니가 엎치락뒤치락하고 있고, 저는 아주 확실한 4위입니다.

 

그런데도 능청스럽게 할아버지!”라고 대답하니 어찌나 웃음이 나던지요. 그러면서도 살아남기 위한 인간의 본능적인 노력이 참 치열하구나싶어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아이들은 겉과 속이 다를 수가 없습니다. 자기에게 잘해주는 사람을 더 좋아하는 티가 항상 확실하게 납니다. 둘째 로완이가 태어나면서 사위가 10년 동안 해오던 중·고등학교 교사 일을 내려놓고 목회와 육아에 전념하게 되었는데, 그러면서 로희와 아빠가 함께하는 시간이 더 늘었습니다. 엄마 역시 육아휴직 중이라 로완이를 돌보면서도 이전보다 로희와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할머니는 언제나 헌신적으로 먹는 것부터 책 읽어주는 것까지 로희가 원하는 대로 다 섬겨줍니다. 반면 제가 마당에 꽃밭을 가꾸고, 집 주변을 청소하고, 물놀이용 수영장을 세팅하고 정리하는 건 로희 눈에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저 즐기고 누리면 되는 일들이니까요. 그러니 할아버지가 설 자리가 그리 많지 않은 게 당연합니다.

 

그래도, 비록 제가 남바 포(No.4)’여도 저는 로희가 좋습니다. 이것이 바로 하나님 아버지께서 우리에게 심어주신 부모의 사랑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로희에게 이렇게 말해주었습니다. “로희는 아빠가 세상에서 제일 좋지? 엄마랑 할머니도 너무 좋고? 할아버지가 네 번째여도, 할아버지는 로희가 너무 좋아! 할아버지는 언제나 로희 편이야. 그러니까 할아버지한테는 눈치 보지 말고 아빠가 제일 좋다고 말해도 돼!”

 

못 알아들을 줄 알았는데 다 알아듣더군요. 그 뒤로는 눈치 보지 않고 세상에서 아빠가 제일 좋다고 당당하게 말합니다. 로희에게 하나님 아버지의 한결같은 사랑을 맛보기로나마 보여주고 싶었는데, 그 마음이 조금은 전달된 것 같아 참 감사했습니다. 아이들을 대할 때, 아무리 어려도 차근차근 설명해 주면 다 알아듣는다는 믿음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소통하는 인내가 필요함을 다시 한 번 확인합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지난 3개월이라는 시간을 놓쳤다면 손녀와 함께할 수 있는 가장 소중한 시절을 그냥 지나칠 뻔했습니다. 바로 이 시기에 안식년을 가질 수 있도록 배려해주셔서 이런 행복을 누리게 되었으니, 하나님께 감사하고 우리 다운 가족 여러분께도 고개 숙여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경준 목사님과 장로님들, 부교역자님들께서 주일예배를 든든히 섬겨주시고, 초원지기님들과 목자·목녀님들께서 목장을 따뜻하게 돌봐주시며, 최영기 목사님께서 생명의 삶을 섬겨주신 덕분에 제가 이런 호사를 누리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송구하고, 또 한편으로는 마음 깊이 감사할 따름입니다.<석목사 올림>

0 Comments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