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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3)꽃이 만발한 야외 간이 수영장

석정일 0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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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소리와 생명, 기쁨과 보람이 가득합니다.

10주전 전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마치 잡초밭을 방불케 했던 시온영락교회 사택의 앞마당을 손보기 시작했습니다. 흙과 자갈이 엉켜 잡초가 무성했던 곳을 다 다듬어 긁어내고, 멀칭을 새로 한 뒤 세척한 자갈을 올려 잡초가 다시 자라지 못하도록 막았습니다. 그리고 앞쪽으로는 정성껏 화단을 가꾸어 꽃씨를 심었습니다.

화단 한쪽에는 방울토마토와 호박, 고추를 심고, 길쪽에 심겨져 있어서 지나다니는 분들의 통행을 방해하던 장미도 파서 옮겨 심었습니다. 뒷마당에 있던 작은 레몬 나무도 앞마당 한가운데로 옮겨 자리를 잡아주었습니다. 자갈과 화단 사이, 시멘트로 매끄럽게 다듬어진 자리에는 한국에서 가져온 공기 주입식 간이 수영장을 설치했습니다.

캘리포니아는 우기와 건기가 명확히 나뉘고, 특히 건기에는 사막처럼 건조하여 정성껏 물을 주지 않으면 식물이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로희가 수영장에서 신나게 놀고 난 물을 화단에 뿌려주니, 제게는 건강을 위한 운동이 되고 물도 아낄 수 있어 그야말로 일석이조였습니다.

화단에서 파릇한 새싹이 올라올 때 참 반가우면서도,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과연 꽃을 볼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그런데 어느새 백일홍이 흐드러지게 피어나, 아침저녁으로 산책하는 이웃들도 기뻐하고 수영할 때의 운치도 한층 더해졌습니다.

이 작은 수영장에는 반가운 어린 VIP 손님들이 종종 찾아옵니다. 민애가 출산 후 집에서 지내는 동안 어린아이를 둔 VIP들을 초대해, 아이들은 시원하게 수영하며 놀게 하고 엄마와는 깊은 대화를 나누며 정성껏 섬기고 있습니다. 지난주에는 이제 겨우 3개월 된 로완이가 누나와 함께 생애 첫 수영을 즐기기도 했습니다.

한국에서 굿윌(Goodwill)에서 구입한 어린이 야외 테이블 의자 세트와 간이 수영장까지 바리바리 챙겨 오면서 ‘이게 무슨 궁상인가’ 싶기도 했습니다. 뜨거운 캘리포니아 태양 아래서 얼굴을 시커멓게 태워가며 땅을 일구고 씨를 뿌릴 때는 ‘우리가 떠나고 나면 다시 잡초밭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많은데 괜한 헛수고를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백일홍이 만발한 마당 수영장에서 로희와 로완이가 기뻐하는 모습을 넘어, VIP 어린이 손님들까지 찾아와 영혼 구원의 통로로 쓰이는 것을 보니 그저 감사하고 또 감사할 따름입니다. 게다가 조만간 코스모스며 다른 꽃들도 꽃망울을 터뜨릴 것입니다. 

최근에는 누군가 더 이상 쓰지 않아 필요한 이가 가져가도록 길가에 내놓은 겨울용 타이어 4개를 주워왔습니다. 그리고 버려진 침대 스프링박스와 구멍난 유아용 공기주입식 수용장을 사용해서, 잡초가 무성하던 뒷마당도 화단을 꾸며보았습니다. 멀칭을 하고, 앞마당에 심어두었던 들깨와 미나리, 부추, 그리고 다육식물들을 옮겨 심었습니다. 앞마당보다 그늘이 잘 드는 편이라 작물들이 말라 죽지 않고 훨씬 잘 자라주리라는 기대 때문입니다. 

‘생명’이란 곧 ‘시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해왔습니다. 지난 10주를 산호에서 지내며 육아를 하는 것도, 작물을 키우는 것도 그리고 영혼구원하여 제자삼는 것도 ‘생명’을 나눠주는 것이로구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쓰든 쓰지 않든, 어떻게 보내든 매일 매일 24시간이라는 생명은 소멸해 가지만, 내 생명을 통해서 다른 생명이 살아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얼마나 보람있고 기쁜 일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다운가족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석목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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