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1) 마음 가는 대로 떠난 자동차 여행의 축복
어느덧 8월이 되었습니다. 저희 부부가 딸의 산후조리를 도운 지 벌써 두 달이 지났고, 어느새 한국으로 귀국할 시간도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계획 없이 짧은 미국 내 여행을 떠나보았습니다. 특별한 일정이나 숙소도 정하지 않은 채, 그저 마음 가는 대로 무작정 떠난 자동차 여행이었습니다.
캘리포니아 1번 국도를 타고 로스앤젤레스(LA)로 향했습니다. 과거에도 여러 번 운전했던 길이라 아련한 추억들이 하나둘 떠올랐습니다. 특히 2019년 4월, 딸 민애가 결혼할 때 우리 다운교회의 여러 가정이 미국까지 오셔서 축복해 주셨던 일이 기억났습니다. 당시 15인승 밴을 렌트해 함께 1번 국도를 타고 LA로 이동하며 나누었던 감사한 시간들이 재현되는 듯했습니다.
그 시절, 해변 모래사장을 직접 운전해 달릴 수 있는 '오세아노 비치'를 알게 되어 석양에 밀려오는 바닷물을 밟으며 드라이브를 즐기기도 했고, 차가 모래에 빠져 당황했을 때, 근처에 있던 분들과 공원 안전요원들이 달려와 도와주어 간신히 벗어났던 난감했던 추억도 있었습니다. 무려 7년 만에 같은 시간 대, 같은 장소를 지나며 그때의 감사를 되새겼습니다.
숙소는 제가 미국에 살 때 비용을 아끼려 자주 이용했던 '핫와이어' 앱을 통해 찾았습니다. 숙소 이름을 비공개로 두고 별점만 보여주며 가장 저렴한 곳을 연결해 주는 앱입니다. 때로는 횡재를 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아쉬운 선택이 되기도 합니다. 이번에는 연결된 숙소가 너무 더럽고 지저분하여 아내에게 참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선교지를 생각하면 이마저도 천국 같은 곳인데, 그동안 제가 너무 안락한 삶에 익숙해져 있었구나 싶어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LA에서는 평소 존경하던 선배 목사님댁에 신세를 졌습니다. 저희 부부가 가정교회 목회를 하며 모델로 삼고 뒤따라왔던 목사님이십니다. 몇 년 전 갑작스럽게 찾아온 깊은 공황장애와 우울증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시다 결국 조기 은퇴를 하셨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완전히 회복되셔서 쉴 새 없이 형제 교회들을 도우시고, '상처 입은 치유자'로서 같은 아픔을 겪는 목회자들을 돌보고 계셨습니다. 그 모습 속에서 신실하신 하나님의 손길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목사님은 우울증과 공황장애의 가장 큰 차이를 말씀해 주셨습니다. 공황장애에는 자살 충동이 없지만, 우울증은 끊임없이 자살 충동이 따라오기 때문에 정말 위험하다는 것입니다. 투병 중에 '근처에서 가장 높은 곳이 어디일까'를 늘 생각했고, 마침내 그곳을 찾아내고야 말았던 아픈 기억까지 솔직하게 나누어 주셨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회복될 수 있으셨는지 여쭈어보았습니다. "우울증은 구부러진 터널이다. 끝이 없는 것처럼 보여도 끝이 있기 때문에 '터널'이라고 부르고, 구부러진 모퉁이를 지나면 거짓말처럼 출구가 보인다." 누군가 건넨 이 한마디가 큰 힘이 되었고, 실제로 거짓말처럼 출구가 찾아왔다고 하셨습니다.
특히 하나님께서 보내주신 사모님과 주변 분들의 사랑 가득한 섬김이 있었기에 극복할 수 있었다고 하셨습니다. 요즘처럼 가족 외에는 서로를 깊이 챙기기 힘든 시대에, 나를 돌아봐 주는 목장과 초원 식구들의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금 가슴 깊이 느껴졌습니다.
마음 가는 대로 떠난 여행길에 갑작스럽게 설교 부탁을 받았지만 거절하지 않았습니다. 급한 대로 근처 굿윌 부띠크에 들러 양복 자켓과 와이셔츠, 그리고 구두를 샀습니다. 모두 합쳐 60달러가 들었습니다. 굿윌 부띠끄는 기증받은 물건들 중에 조금 더 고급스러운 것을 따로 골라서 약간 더 비싸게 파는 중고매장이라고 합니다. 산 물건들이 여러모로 마음에 들어서 '횡재했구나' 싶은 마음과 함께, 앞으로 하나님께서 행하실 일들을 더욱 기대하게 됩니다. 곧 한국에서 뵙겠습니다. 다운가족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전하며….<석목사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