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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편지

(472) 아낀다고 아끼는 것이 아닐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석정일 0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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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한달 정도 스마트폰 없이 살았습니다
.


저는 고급 사양의 스마트폰도, 고가의 통신 플랜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점점 노안이 심해져가는 상황에서 큰 화면의 휴대폰이 필요할 뿐입니다. 그래서 중고 갤럭시 폴더4를 당근에서 구입해서 잘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미국에 와서 휴대폰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더니 마침내 먹통이 되고 말았습니다. 딸과 아들은 새로 최신 휴대폰을 사주겠다고 성화지만, 휴대폰 없는 생활이 어쩌면 더 안식년 다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휴대폰 없이 지내왔습니다.

 

실제로 휴대폰 없는 삶이 쉼의 시간을 갖는 데는 더 도움이 되었고, 저에게는 크게 불편하지도 않았습니다. 아주 긴급한 연락은 아내를 통해서 받을 수 있었고, 꼭 필요한 카톡 소통은 노우트북을 켤 때 하면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한국으로 귀국할 시간을 앞두고 손녀 로희와 추억을 하나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아내와 셋이 한 시간 남짓 거리에 있는 몬트레이 수족관을 다녀올 계획을 세웠습니다.

 

몬트레이 수족관은 워낙 입장료가 비싸서 지금까지 관람할 엄두조차 내지 않았는데, 손녀를 위한 것이라 아까운 마음이 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가서 보니 주차비도 터무니없이 비쌌습니다. 그래서 아내와 로희를 수족관 입구에 먼저 내려주면서 안에서 관람을 하고 있으면, 저렴한 곳에 주차를 하고 찾아가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주차를 마치고 한 10분 정도 후에 수족관에 입장을 하면서 저는 정말 큰 실수를 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몬트레이 수족관은 크고 넓은 3층 건물이었고, 어둡고 사람들이 많아도 너무 많았습니다. 서둘러 휙 둘러보았으나 아내와 손녀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연락할 길은 없고 이러다 큰일 나겠다는 생각이 들어, 수족관 입구의 안내데스크 앞에서 1시간을 넘게 기다렸으나 만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혹시 아내도 휴대폰을 차에 두고 내려서 입장하지 못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과 더불어 온갖 불길한 생각들이 밀려오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그때까지도 아내와 로희를 찾게 해 주십사 기도하면서 기다렸지만, 이제는 자리에 앉아서 심호흡을 하고 마음을 가다듬고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를 드렸습니다. 제가 계속해서 입구 안내데스크 앞에서 기다리는 것이 좋을 지, 다른 방법을 찾는 것이 좋을 지 지혜를 주시고, 지금도 이미 평생에 잊지 못할 추억이 만들어졌지만 속히 만나서 더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도록 해 주십사 간구했습니다.

 

기도하고 나니, 입장권 큐알로 아내와 로희가 입장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보안요원의 도움을 받아 확인을 해보니 제가 입장하기 10분 전에 틀림없이 입장했으며, 아내도 보안팀에 저를 찾아 달라고 요청해 두고 다른 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90분 정도 만에 아내와 로희를 만나서 수족관 문을 닫을 때까지 행복한 추억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기도응답은 참 신기한 것 같습니다. 응답받고 난 뒤에는 그냥 그럴만한 일이 우연처럼 일어난 것으로 느껴질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기도할 때 그런 우연이 더 자주 더 생생하게 경험됩니다.

 

그리고 세계에 어디 있어도 전화와 카톡으로 즉시 연결될 수 있는 스마트폰은 얼마나 신기하고도 놀라운 시대의 선물인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나는 이렇게 하나님과 언제 어디에서나 기도로 연결되어 있는데, 하나님과의 이 연결을 더 유용하게 더 잘 사용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무엇보다도 매사에 과도하게 아끼는 인색한저의 삶의 방식이 실제로는 그리고 결국에는 오히려 더 많은 비용을 치르게 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자녀들이 아낄 줄 모르고 필요 이상의 지출을 한다고 속으로 판단할 때조차 있었는데, 오히려 내가 아낀 것보다 더 큰 불편을 자녀들에게 끼치지는 않았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함께 살고 계신 장모님께서 지금도 전기 요금을 아끼기 위해서 수시로 전등을 끄셔서 오히려 저를 불편하게 하실 때가 있는 데, 매사에 과도하게 아끼는 저의 삶의 방식이 자녀들 입장에서 보면 장모님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밀려옵니다. 아직 선명하게 생각이 정리되지는 않지만, 아껴야 할 것과 쓰고 누려야 할 것을 분별할 줄 아는 지혜와 능력을 하나님께 구하게 됩니다.

 

이번 주간에 있을 가정교회 세미나에 하나님의 은혜가 더 풍성하게 임하도록 기도의 섬김을 조금 더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2주 후에 일주일간 가질 고난주간 특별새벽기도회를 통하여 저와 여러분 모두 하나님과의 연결을 더 풍성히 누릴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다운가족 여러분들게 감사드립니다.<석목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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