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목사 이경준목사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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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로 아이들을 키웁시다.

다운교회 0 336
제 취미 중의 하나는 중고품이나 골동품을 구경하는 것입니다. 사실은 구경뿐만 아니라 마음에 드는 물건을 싸게 구입하는 재미를 더 즐기는 편입니다. 안식년 기간 동안에 어느 섬을 갔을 때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헌 물건을 파는 가게에 들어갔습니다. 그곳에서 재미있는 책을 구입하게 되었는데, 시리즈 제목은 “아이들을 위한 생존 시리즈”였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아이들이 살아남으려면”이라는 제목이었습니다. 그 밑에 적힌 부제는 “엄마와 아빠가 이런 말을 할 때 어떻게 할 것인가?”였습니다. 모두 24권으로 되어 있는 시리즈인데 그 제목을 몇 개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좀 씻어라.
- 점수가 이게 뭐니?
- 게임 본 그만 해라.
- 그만 놀고 자라.
- 조심 좀 해라.
- 미리 준비 좀 하지.
- 숙제부터 끝내고 놀아라.
- 국 마실 때 소리 좀 안 내면 안 되니?
- 전화 좀 받아라.
- 방 좀 치워라.

미국 사람이 쓴 책인데 어쩌면 한국 부모들이 하는 말과 그렇게도 똑같은지요. 아니 제가 우리 아이들에게 하는 말과 너무 똑 같은 것에 우선은 놀랐습니다. 그리고 반성을 많이 했습니다. 특히 안식년 동안, 아이들과 멀리 떨어져 있는 동안에 얼마나 점검하고 싶은 것이 많았겠습니까? 그래서 제가 아이들에게 전화를 걸거나 아이들에게서 전화가 오면 맡겨놓은 일을 제대로 했는지 점검하기에 바빴습니다. 서서히 아이들에게서 전화가 오는 횟수가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전화를 걸었을 때에도 꼭 필요한 대답 외에는 잘 하지 않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해라.” “저것은 하지 말라.”는 율법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은 때문이었습니다.

어느 날 그 사실을 발견하고는 그 동안 제가 아이들에게 했던 일들을 반성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율법적이지 않은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사랑하는 아무개야.”로 시작해서 아무리 궁금한 일이 있어도 꾹 참고 점검하는 내용은 일절 적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하기를 수차례 하였습니다. 아이들에게서 전화와 이메일이 조금씩 자주 오기 시작했습니다. 제 마음속에도 아이들을 이전보다 더 사랑하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지금은 아이들이 둘 다 군에 가 있습니다. 일주일에도 몇 번씩 전화가 옵니다. 예전에 비하면 전화를 할 수 있는 군대가 된 덕도 있긴 하지만, 자기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아버지가 된 것 때문에 집에 전화를 걸 맛이 생겼을 것입니다. 요즈음은 제가 이야기할 거리가 먼저 떨어질 때도 있습니다. 물론 요금이 ‘수신자 부담’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마냥 전화를 걸 수도 있겠지만, 자기들을 받아주는 아버지가 된 것이 더 큰 이유일 것입니다. 아이들이 어릴 때, 아직 ‘내적인 틀’이 제대로 형성되기 전에는 선택보다 순종을 가르치는 것이 옳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우리는 “해라.” “하지 말라.”는 율법으로, 자녀들을 우리가 원하는 아이로 만들려고 욕심을 부릴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그 이전에 ‘하나님께서 만드신 그들’이 있습니다. 은혜 가운데 ‘하나님께서 만드신 그들’을 만들어 보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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