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목사 이경준목사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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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방 없습니다.

다운교회 0 341
저희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다닐 때의 일로 기억이 됩니다. 성탄절을 앞두고 저희가 다니던 교회의 소극장에서 “빈 방 없습니다.”라는 연극을 보았습니다. 얼마나 감동적이었는지 몇 차례를 더 보았고, 올해도 할 수만 있으면 다시 보고 싶은 연극입니다. 이미 잘 알고 있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오늘은 이 연극에 관한 이야기를 소개해 드립니다.

미국 어느 작은 마을에 위리라고 불리는 9세 된 아이가 있었습니다. 그 아이는 나이로는 4학년이지만 지적 능력이 다소 떨어져 2학년에 다니고 있었습니다. 그해 성탄절이 가까워 오자 교회에서 연극을 준비하게 되었는데, 선생님은 윌리에게 대사가 많지 않은 여관집 주인 역할을 맡겼습니다.

성탄절이 되어 교회에는 많은 사람이 모여들었습니다. 연극이 진행되던 중 드디어 요셉과 마리아가 여관으로 다가와 여관집 문을 두드렸습니다. 주인이 나와 여관에 방이 없으니 다른 곳을 찾아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요셉과 마리아는 더욱 간절히 간청하였습니다. “우리는 너무 멀리 왔습니다. 아내는 출산할 날이 찼고 쉬어야할 곳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여관집 주인으로 분장한 윌리는 말도 없이 마리아를 오래 쳐다보았습니다. 무대 뒤에서 대사를 읽어주던 선생님은 윌리가 대사를 잊은 줄 알고 자꾸 읽어주었습니다. 한동안 말없이 서있던 윌리는 선생님이 무대 뒤에서 반복해서 힘을 주어 일러주던 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그대로 대답을 하였습니다. “빈 방 없습니다.” 그 말을 듣고 요셉과 마리아는 힘이 빠진 채 뒤로 돌아 걸어갔습니다.

그때였습니다. 각본에 따르면 윌리는 방안으로 들어가야 했지만, 윌리는 문간에 서서 걱정스러운 듯이 눈물을 흘리며 마리아와 요셉이 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습니다. “요셉! 가지 말아요. 마리아를 데리고 돌아와요.” 물론 각본에는 없는 대사였습니다. “내 안방을 써요. 내 방에서 쉬란 말이에요.” 연극은 그것으로 엉망이 되고 말았지만, 이 장면을 지켜본 수많은 관중은 가장 뜻 깊은 성탄 연극을 보았다고 말했습니다.

제가 교회 소극장에서 본 이 연극의 그 다음 이야기가 더 감동적이었습니다. 한국에서 윌리 역을 맡은 아이는 ‘덕구’라는 아이였습니다. 그 앞의 내용은 모두 같습니다. 마지막에 덕구 때문에 연극이 우습게 되자 관중석은 웃음바다가 되고 연극을 망친 아이들은 덕구를 마구 손가락질을 하며 자리를 떠납니다. 연극을 지도하던 선생님은 맥이 빠져버립니다. 연습을 할 때 짧은 대사인 “빈 방 없습니다.”도 제대로 못해서 그렇게도 빼버리자는 아이들의 원성이 선생님의 귀에 다시 들리는 듯 합니다. 그런데 덕구는 하늘을 쳐다보며 눈물을 흘리며 하나님께 자기의 마음을 이야기합니다.

“하나님, 저 때문에 연극을 망쳐버렸어요. 친구들이 연습을 얼마나 열심히 했는데, 어떻게 하지요? 그렇지만 어떻게 방이 없다고 요셉과 마리아를 돌려보내요? 예수님이 곧 태어나셔야 하는데 어떻게 방이 없다고 할 수 있어요?” 그리고 덕구는 예수님께 자기의 마음을 고백합니다. “예수님, 사랑해요.” 이 장면에서 저는 매번 눈물을 흘렸습니다. 아니 흐느끼며 울었습니다. 예수님에 대한 덕구의 순수한 마음이 정말 좋습니다. 상혼에 물들어버린 성탄절. 즐거움을 추구하는 젊은이들의 연말공휴일이 되어버린 성탄절. 예수님보다 산타클로스가 더 드러나는 성탄절이 속상하기도 합니다. 예수님에게 빈 방이 없다고 차마 말할 수 없었던 덕구가 다시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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