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목사 이경준목사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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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이경준목사 0 426
이번 추수감사절에는 이제까지 했던 것과는 달리, 목장별로 모조반지에 감사를 표현하는 것을 기획하였습니다. 저는 어느 목장에도 소속이 되어 있지 않으니 혼자 하라는 주최자의 말에 순종하여, 저도 오랜만에 실력을 발휘해 보았습니다. 칼라사진을 오려 붙이려다가 너무 튈 것 같아서, 복사를 하여 흑백으로 사진을 붙이고 크레파스로 칠을 하였습니다. 속으로 ‘이 정도면 중간 수준은 가겠지?’ 하고 생각을 하였습니다. 덧붙여 ‘적어도 이 정도는 해야 한다.’는 생각까지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의 작품을 보니 그야말로 제 것은 7~80년대 작품이었습니다. ‘무슨 일을 하든지 마음을 다하여 주께 하듯’ 하는 여러분의 자세가 다시 한 번 확인되는 기회였습니다.

제가 싫어하는 심사위원 역할이 제게 또 맡겨졌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말 순위를 매기기가 힘이 들었습니다. 규격을 벗어난 것은 정말 순위에서 빼야 하는지? 문화의 첨단을 걷는 작품에 점수를 더 주어야 하는지? 작품수준보다는 정성을 많이 들인 것에 점수를 더 많이 주어야 하는지? 그런데 이런 영역에 전공인 사람은 그다지 정성을 들이지 않아도 멋있는 작품이 나올 수도 있고, 이런 영역에 재주가 없는 사람은 아무리 정성을 들여도 큰 작품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제가 보았던 중학교 입학시험이 생각났습니다. 제가 중학교에 갈 때는 학교별로 입학시험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시험과목에는 체능시험이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종목은 네 가지, 달리기, 공 던지기, 넓이 뛰기, 그리고 턱걸이였습니다. 저는 중고등학생일 때 키가 매우 작은 편이었고 몸집은 왜소했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일 때는 반에서 1번, 졸업을 할 때에도 반에서 4번이었으니까 어느 정도이었는지 상상이 될 것입니다. 몸집이 작은 사람이 달리기와 넓이 뛰기를 잘 할 리가 없습니다. 기운이 딸리니까 당연히 공 던지기도 만점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열심히 연습을 하여 턱걸이는 만점을 받았습니다. 내가 일부러 몸집을 키우지 않은 것도 아닌데, 그런 것으로 그 중요한 입학시험에 감점을 받아야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을 하였습니다.

이번 추수감사절 목장별 작품을 심사하려니 그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습니다. 어느 목장에는 전문가가 있어 쉽게 실력을 발휘할 수 있고, 어느 목장은 그렇지 않아 아무리 정성을 들여도 작품이 나오지 않은 목장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작품 수준을 보아야 하는가, 정성을 많이 들인 것에 점수를 주어야 하는가, 첨단 기술이 들어간 작품을 높이 봐주어야 하는가, 고민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결론은 “여러분, 모두 잘하셨습니다.”입니다.

그래서 교인 모두에게 시상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단, 아직 참여하지 않은 목장은 끝까지 참여하도록 하고 말이지요. 참여하지 않은 목장만 상을 주지 않을 수는 없잖습니까? 그리고 세상에서도 학교에 다닐 때부터 등수, 진학을 할 때마다 합격 불합격, 직장에서 업적에 따른 승진에 스트레스를 받는 여러분에게 교회에서까지 순위를 매기는 것이 도무지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트로피를 기대했던 분들은 이 점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처음부터 그렇게 말을 하지.’ 하는 분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해해 주십시오. 하나님께 감사하는 우리의 마음을 표현하고자 한 것이기 때문에, 트로피가 있든 없든 우리는 최선을 다했을 것입니다. 금년에 트로피가 없으면 내년에 대충 할 것을 염려하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저는 우리 교인들을 믿습니다. 특별한 심사가 없어도 최선을 다하여, 하나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하실 줄로 믿습니다. 바자회에서는 목장별로, 수익금을 목장에서 사용하니까 더 열심이었던 것 같습니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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