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목사 이경준목사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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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할 일이 있으십니까?

이경준목사 0 568
70년대에 군에 있을 때의 일이었습니다. 뙤약볕에서 훈련을 받고 나면, 가뜩이나 맛이 없는 염적무(무를 그냥 소금물에 절인 무반찬을 군에서 일컫는 말) 반찬에 밥을 먹으려면 얼마나 고역이었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어느 날 저녁 조그만 책을 하나 읽었는데, 그 안에 청교도들이 음식을 앞에 두고 감사 기도하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하나님, 사람들 중에는 먹을 것이 있는데 식욕이 없는 사람이 있습니다.
사람들 중에는 식욕이 있지만 먹을 것이 없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저에게는 먹을 것과 식욕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30년이 훨씬 지난 지금도 저는 이 기도를 기억하며 식사 감사 기도를 드릴 때가 있습니다. 지금은 그 시절보다 얼마나 먹을 것이 풍요롭고 넉넉하건만, 감사하는 삶이 꼭 넉넉한 것과 비례하지는 않는 것을 보게 됩니다. 오히려 나보다 더 가지고 있는 사람들 때문에 상대적인 빈곤감을 가지고 사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우리도 그런 마음을 가질 때가 많습니다.  

특별히 없어보지 못한 사람들, 어려운 시절을 지내보지 못한 사람들은 정서적인 면역력을 키울 기회가 없어서 조금만 어려워도 감당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분들에게는 지금이라도 일부러 어려운 형편에 있는 사람들을 찾아가 그 상황에 같이 처해보는 기회를 가질 것을 권합니다. 어릴 때 슈바이처 박사에 대한 글을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동네 아이를 바닥에 깔고 앉았는데, 그 아이가 “나도 너처럼 일주일에 두 번만 고기를 먹어도 너에게 지지 않을 거야.”라고 했다는 말입니다. 그 말이 결국 사람들을 위한 삶을 살도록 슈바이처 박사에게 충격을 주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여러분의 감사하는 삶은 어떻습니까? 저는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것도 없이, 결혼 초기의 형편만 기억을 해도 감사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방 하나 얻을 돈도 없어 융자를 내어 시작을 한 사람이, 지금은 삼부자(三父子=三富者?)가 되었으니 세상말로 출세했지요, 뭐. 게다가 나이 50이 되어서야 사기는 했지만, 어쨌든 30평이 되는 집도 가지도 있습니다. 어머니 모시고 있지요, 아들 하나도 작년에 장가를 보냈습니다.

제가 감사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면 그것은 제 성격이었습니다. 어떤 종류의 심리검사를 해도 거의 똑같이 나오는 ‘완벽주의자’ 기질이 문제였습니다. 기질이 그렇다 보니 저는 여간해서 만족을 잘 하지 못합니다. 늘 후회와 반성, 그리고 그에 따른 개선책을 생각하는 것입니다. 자연히 “항상 감사하라.”는 말씀과 “범사에 감사하라.”는 성경의 가장 기본적인 말씀을 순종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금년 초에 저는 고백했습니다. ‘완벽주의는 죄’라고 말입니다. 완벽은 추구해야 하지만, 완벽주의는 죄라는 뜻입니다.

이 문제를 제 마음속에서 내려놓으니 요즈음은 얼마나 마음에 여유가 생겼는지 모릅니다. 아마 여러분이 보기에도 제 얼굴판이 많이 바뀌었을 것입니다. 한 마디로 제 곁에 오는 일이 전보다 덜 부담스럽지 않으십니까? 매년 추수감사주일이 되면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며 계산하여 드리는 감사가 아니라, 이제는 넉넉하게 드리는 감사를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에는 해야 할 의무이기 때문에, 그러나 그 이상으로 넉넉히 드리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냥 하나님이 좋아서, 그리고 하나님께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드릴 수 있습니다. 여러분 모두가 저와 같은 마음으로 추수감사주일을 맞이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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