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목사 이경준목사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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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생명력

다운교회 0 308
교인들이 제게 맡겨서 제가 지금 관리해주고 있는 것 중에는 재미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TV 때문에 가족들끼리 대화하는 삶에 방해가 된다며 맡겨놓은 사람도 있습니다. “고장이 났는데 혹시 고칠 수 있는지요?” 하면서 두고 갔던 기구들도 있습니다. 기계적인 것은 제가 고칠 수 있는 것이 많은데, 전자적인 것은 제가 잘 모르기 때문에 곽우신 목사에게 부탁을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들 중에는 애벌레를 키운다며 맡겨놓은 것도 있습니다. 한 아이가 며칠 전에 ‘무순’ 씨앗이라며 저에게 맡기고 갔습니다. 그 아이와 함께 솜에 물을 흠뻑 적셔서 씨앗 여러 개를 그 위에 얹어놓고는 깜박 잊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며칠 후 그 아이가 싹이 났느냐며 묻는 덕분에, 몇 개를 빼고는 모두 노란 싹이 난 것을 보았습니다. 놀라운 생명력을 주신 하나님을 다시 배울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나머지 씨앗도 싹이 잘 나올 수 있도록 받아놓았던 빗물을 그 위에 더 뿌려주면서 아이에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똑같은 물 같지만, 수돗물을 주었을 때와 빗물을 주었을 때가 얼마나 다른지 아니?”로 시작해서 하나님이 내려주시는 빗물의 위력을 알려주었습니다. 사계절 중에도 특히 봄에는 그 신기함을 느낄 때가 많이 있습니다. 매일 수돗물을 주어도 거의 변화가 없던 나무에도, 비가 한번 내린 후에는 가지 끝마다 연한 잎사귀들이 나오는 것을 보면 신비 그 자체를 느낄 때가 많습니다.

장로님들과 가평에서 시간을 가지는 날이었습니다. 냇물 옆에 자라고 있는 엉겅퀴에 꽃이 피어있는 것을 보는 순간 또 저의 직업병이 발동을 하였습니다. 히브리서에 나오는 ‘가시와 엉겅퀴’를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교보재를 발견한 것입니다. 조심스럽게 뿌리를 뽑아 종이컵에 흙과 함께 담아두었습니다. 거의 한 나절을 지내고 저녁에 차에서 꺼내보니 할미꽃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것처럼 시들어버렸습니다. 그래도 마침 비가 오고 있어서 다시 살아날 것을 기대하고 철사를 지지대로 만들어 정성껏 심어놓았습니다. 다음날 새벽기도회에 오며 확인해 보니 모두 꼿꼿해진 것을 보며, 다시 한번 빗물의 위력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사람 손이 닿으면 남아나는 것이 없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스키장이나 골프장을 만드느라고 산을 깎아버리는 경우, 길을 낸다고 야생동물이나 식물들이 살 근거지를 다 없애버리는 경우에 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사람들이기 때문에 사람 손이 닿아서 살리고 고치는 경우도 많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자연만물이 가지고 있는 생명력이 보여주는 하나님의 능력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고 해야 할 일은 찬양뿐입니다.

바울은 그 능력을 “창세로부터 그의 보이지 아니하는 것들 곧 그의 영원하신 능력과 신성이 그 만드신 만물에 분명히 보여 알게 되나니.”(로마서 1:20)라고 노래하였습니다. 며칠 전에 심어놓은 새싹들이 두꺼운 흙덩이를 떠밀며 나오는 모습 속에서, 오늘 아침에도 하나님의 영원하신 능력을 보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이 맡겨놓은 애벌레가 하루하루 커가는 모습 속에서, 딱딱한 껍질을 터뜨리고 나오는 노란 새싹에서 놀라운 생명력을 확인하며 오늘도 하루를 힘차게 살아갑니다.

바쁘게 돌아가는 매일의 생활 속에서도 놀라운 생명력을 확인하는 여유를 찾아보십시오. 일부러 시간을 낼 것도 없습니다. 비갠 후에 가로수 가지 끝만 보아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생명력의 근원이 되시는 우리 하나님과 만나는 특권을 결코 놓치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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